법률정보건설·공사대금플랜트 공사계약의 구조

EPC 계약의 구조 — 플랜트 공사대금이 움직이는 방식

건설·공사대금최철호 변호사2026년 8월 기준 확인
플랜트 공사계약의 구조
요약
  • EPC는 설계(Engineering)·구매(Procurement)·시공(Construction)을 한 계약, 한 책임으로 묶는 방식입니다. 발주자는 완성된 플랜트 하나를 사고, 계약자는 그 전 과정을 책임집니다.
  • 그래서 일반 건축 도급과 다툼의 지형이 다릅니다 — 설계의 오류도 원칙적으로 계약자의 영역이 되고, 계약 범위(Scope)의 경계가 추가공사 다툼의 중심이 됩니다.
  • 다만 설계 전부가 계약자 몫인 것은 아닙니다. 기본설계는 발주자가 별도의 기술선과 계약해 진행하고 계약자는 상세설계부터 맡는 구조도 흔합니다. 설계 범위를 어디서 끊었는지가 곧 설계 오류 책임의 경계입니다.
  • 돈은 선급금 → 마일스톤 기성 → 유보금 해제의 시간표로 움직입니다. 기성은 공정률이나 이행표(마일스톤)의 달성·승인 절차를 거쳐 확정되고, 유보금은 법이 정한 제도가 아니라 계약 조항이므로 유보를 푸는 조건도 계약 문언이 정합니다.
  • 공기와 성능은 금액으로 환산되어 있습니다 — 지연에는 지체상금(LD), 성능 미달에는 성능보증(PG) 조항이 붙고, 그 짝으로 공기연장(EOT)과 시험 절차 조항이 있습니다.
  • 계약서는 한 장이 아니라 층위입니다. 일반조건·특수조건·시방서·도면이 겹치고, 어긋날 때 무엇이 우선하는지는 우선순위 조항이 정합니다.
  • 플랜트 분쟁은 준공 후가 아니라 공사 중에 시작됩니다. 통지 기한 조항과 기록 관리가 계약 이해의 마지막 조각입니다.

플랜트 공사계약서는 두껍습니다. 본문보다 첨부가 많고, 조항 하나가 다른 문서 세 개를 인용합니다. 그런데 다툼이 생겨 계약서를 처음부터 읽어 보면, 분쟁의 답 대부분이 — 유리하든 불리하든 — 이미 그 안에 적혀 있습니다. 이 글은 그 두꺼운 계약을 읽는 뼈대, 즉 책임의 구조와 돈의 시간표를 정리한 것입니다.

EPC는 설계(Engineering)·기자재 구매(Procurement)·시공(Construction)을 하나의 계약으로 묶어 수행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턴키(Turn-key)와 자주 같이 쓰이지만 같은 말은 아닙니다 — 턴키는 "열쇠만 돌리면 가동되는 상태로 넘긴다"는 인도 방식에 초점을 둔 더 넓은 개념이고, EPC는 그 안에서 구매까지 계약자의 범위로 명시한 형태에 가깝습니다. 국내 공공공사에서는 설계·시공을 함께 발주하는 일괄입찰을 턴키라고 부르는 용례가 굳어져 있어, 같은 단어가 맥락에 따라 다른 것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이 글은 플랜트 공사계약을 읽는 기둥 편입니다. 각론은 이 구조 위에서 따로 다룹니다 — 공기연장(EOT), 성능보증(PG), 기자재 납품대금.

1.한 계약에 묶이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도급은 일의 완성을 약정하고 그 결과에 보수를 지급하는 계약입니다(민법 제664조). EPC도 도급이지만, 묶는 범위가 다릅니다.

구분일반 건축 도급EPC(플랜트)
설계발주자 측(설계사)이 제공계약자 책임 범위 (기본설계는 발주자가 따로 발주하기도 함)
계약자가 완성할 것도면대로의 건축물성능을 내는 플랜트
대금 성격내역 기반 정산이 많음총액 확정(Lump Sum) 성격이 강함
다툼의 중심시공의 적합성·하자계약 범위(Scope)의 경계, 공기, 성능

이 차이의 실무적 의미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설계 오류의 위험이 원칙적으로 계약자 쪽으로 넘어옵니다. 도면대로 시공했다는 항변이 일반 건축에서만큼 힘을 갖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둘째, 총액이 확정된 만큼 무엇이 계약 범위 안이고 무엇이 밖인지가 돈의 경계가 됩니다. 발주자의 요구가 범위 안의 구체화인지, 범위 밖의 변경(Change Order)인지 — 플랜트 현장에서 가장 자주 다투어지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다만 설계 전부가 계약자 몫인 것은 아닙니다. 특히 화공 플랜트에서는 발주자가 공정 라이선서나 엔지니어링사(현장에서는 '기술선'이라고 부릅니다)와 별도로 계약해 기본설계를 진행하고, 계약자는 그 결과물을 넘겨받아 상세설계부터 수행하는 구조가 흔합니다. 설계의 어디까지가 계약자의 범위인지는 계약마다 다르고, 계약서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항목입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설계 오류의 책임이 오류가 어느 단계에서 비롯됐는지에 따라 갈리기 때문입니다. 넘겨받은 기본설계 자체의 결함인지, 그것을 상세설계로 옮기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인지 — 이 경계가 곧 책임의 경계입니다. 그래서 계약서에서 볼 것은 "설계가 누구 책임인가"라는 한 줄이 아니라, 계약자의 설계 범위를 어디서 끊었는지발주자가 제공한 설계·자료의 정확성은 누가 지는지입니다. 이 두 조항이 나중에 설계 오류 다툼의 출발점이 됩니다.

2.돈의 시간표 — 선급금, 마일스톤 기성, 유보금

플랜트의 공사대금은 한 번에 오가지 않고 시간표를 따라 움직입니다.

전체 절차 흐름
  1. 1선급금착수 자금 — 보증서와 맞바꾸고, 이후 기성에서 안분 공제
  2. 2마일스톤 기성공정률 또는 이행표(마일스톤) 달성 → 검측·승인 → 지급
  3. 3유보금기성마다 일정 비율 유보 — 준공·시험·하자 조건 충족 시 유보 해제·지급

기성은 일한 만큼 청구하면 나오는 돈이 아니라, 계약이 정한 확정 절차를 거친 돈입니다. 마일스톤의 달성 여부, 검측과 서류(기성확인원 등)의 승인 — 이 절차의 어느 단계에서 멈췄는지에 따라 다툼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승인이 거절된 것인지, 지연되고 있을 뿐인지, 승인되고도 지급만 밀린 것인지를 구분하는 데서 대응이 시작됩니다. 밀린 기성의 청구 일반론은 공사대금 청구 소송 편이 담당합니다.

유보금(Retention)은 기성에서 미리 떼어 두었다가 조건이 충족되면 유보를 풀어 지급하는 돈입니다. 애초에 지급되지 않고 잡혀 있던 기성의 일부이므로, 돌려받는 돈이라기보다 지급이 미뤄져 있던 돈입니다. 주의할 것은, 유보금이 법이 만든 제도가 아니라 계약 조항이라는 점입니다. 몇 %를 유보하는지, 무엇이 충족되면 — 준공 확인인지, 성능시험 통과인지, 하자보수 기간 경과인지 — 언제 유보를 해제하는지, 보증서로 대체할 수 있는지까지 전부 계약 문언이 정합니다. "관행상 준공하면 주는 돈"이라는 기대와 계약 문언이 어긋나 있는 경우가 많고, 다툼이 생기면 문언이 이깁니다.

3.공기와 성능이 금액이 되는 방식

플랜트 계약의 고유한 문법은, 공기와 성능이라는 두 변수가 처음부터 금액으로 환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 공기 → 지체상금(LD) — 준공이 늦어지면 지연 일수에 요율을 곱한 금액이 공제·청구됩니다. 그 짝으로 공기연장(EOT) 조항이 있어, 발주자 사유·설계변경·불가항력 등에 해당하면 지연 일수에서 빠집니다. 지체상금의 상한·감액 다툼 일반론은 지체상금 편에서 정리했습니다.
  • 성능 → 성능보증(PG) — 완공된 플랜트가 계약에서 보증한 수치(생산량·효율 등)를 내는지 성능시험으로 확인하고, 미달하면 손해배상 예정액(Liquidated Damages)이 적용되거나 보완 의무가 발동합니다. 성능 다툼은 결과 수치만이 아니라 시험의 조건과 절차 — 어떤 조건에서, 어떤 절차로 측정하기로 했는지 — 가 함께 쟁점이 됩니다.

두 장치의 공통점은, 다툼이 생기고 나서 손해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 체결 시점에 위험의 가격을 미리 정해 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플랜트 분쟁의 상당수는 손해액 다툼이 아니라, 그 장치가 발동하는 요건과 절차 — 지연의 책임 구간, 시험의 유효성 — 를 둘러싼 다툼이 됩니다.

4.계약서는 한 장이 아니다 — 문서의 층위

플랜트 계약은 보통 이런 층으로 쌓입니다 — 계약 본문, 일반조건(General Conditions), 특수조건(Special Conditions), 그리고 시방서·도면·시험 절차서 같은 첨부 문서들. 여기서 두 가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 우선순위 조항 — 문서끼리 어긋날 때 무엇이 우선하는지를 정한 조항입니다. 특수조건이 일반조건에 앞서는 구조가 보통이지만, 시방서와 도면 사이의 우선순위까지 정해 둔 계약도 있습니다. 다툼이 생기면 이 조항부터 찾는 것이 순서입니다.
  • 통지 조항 — 클레임을 하려면 사유 발생 후 일정 기간 안에 서면 통지하도록 정한 조항(이른바 타임바)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한을 지나면 권리 주장 자체가 다투어지는 구조이므로, 계약 체결 때 이 기한을 확인해 두고 공사 중에는 그 기한에 맞춰 기록을 남기는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문서보다 먼저 사라지는 것이 기록입니다. 플랜트 분쟁은 준공 후가 아니라 공사 중에 시작되고, 공사 중의 공문·회의록·작업일보가 나중의 증거가 됩니다. 어떤 기록을 남겨야 하는지는 플랜트 분쟁 안내의 기록 목록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야간 조명이 켜진 화공 플랜트의 배관과 타워 — EPC 계약은 이 전체를 하나의 책임으로 묶고, 공기와 성능을 금액으로 환산해 둡니다야간 조명이 켜진 화공 플랜트의 배관과 타워 — EPC 계약은 이 전체를 하나의 책임으로 묶고, 공기와 성능을 금액으로 환산해 둡니다

5.자주 하는 실수

  • 계약서를 분쟁이 생긴 뒤에 처음 정독하는 것. 통지 기한, 유보금 해제 조건, 우선순위 조항은 계약 체결 때 확인해 둬야 공사 중에 지킬 수 있습니다.
  • 유보금을 "준공하면 나오는 돈"으로 아는 것. 유보를 푸는 조건은 계약마다 다릅니다. 성능시험 통과나 하자보수 기간 경과가 조건이면, 준공 후에도 상당 기간 묶여 있는 돈입니다.
  • 구두 지시로 범위 밖 작업을 하는 것. 총액 확정 계약에서 범위의 경계는 곧 돈의 경계입니다. 변경 지시는 계약이 정한 절차와 문서로 남겨야 합니다.
  • 기성 절차의 어느 단계에서 막혔는지 구분하지 않는 것. 승인 거절과 지급 지연은 다른 다툼입니다. 각각 대응이 다릅니다.
  • 시효를 잊는 것. 공사에 관한 채권의 소멸시효는 3년으로 짧습니다(민법 제163조 제3호). 정산 협의가 길어지는 동안에도 시효는 갑니다.
기한과 시점
클레임 통지 기한
계약이 정한 기간(타임바) — 사유 발생 시점부터, 서면으로
유보금 해제
계약이 정한 조건 충족 시 — 조건과 시점을 계약 문언으로 확인
공사대금 시효
3년 (민법 제163조 제3호) — 협의가 길어져도 별도로 관리
플랜트 계약의 시계는 소송보다 훨씬 앞에서 돕니다 — 계약이 정한 기한부터 확인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EPC와 일반 도급은 무엇이 다른가요?
가장 큰 차이는 설계 책임의 위치입니다. 일반 도급은 발주자 측이 설계를 제공하고 시공자는 도면대로 짓지만, EPC는 설계까지 계약자의 책임 범위에 들어옵니다. 다만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계약마다 다릅니다 — 기본설계는 발주자가 별도의 기술선과 계약해 진행하고 계약자는 상세설계부터 맡는 구조도 흔합니다. 완성할 대상도 도면대로의 구조물이 아니라 성능을 내는 플랜트가 되고, 그만큼 공기·성능·계약 범위가 다툼의 중심이 됩니다.
준공했는데 유보금을 지급하지 않습니다.
유보금은 계약 조항이 만들어 낸 돈이므로, 유보를 푸는 조건이 무엇으로 정해져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준공 확인만이 조건이라면 청구할 수 있는 상태이고, 성능시험 통과나 하자보수 기간 경과가 조건이라면 그 충족 여부가 먼저 다투어집니다. 조건이 충족됐는데도 지급하지 않는다면 공사대금과 같은 채권으로 청구·회수 절차를 밟게 됩니다.
마일스톤 승인이 나지 않는데 기성을 청구할 수 있나요?
승인이 지급의 전제로 정해진 계약이 많지만, 승인 절차가 부당하게 지연되거나 거절 사유가 계약상 근거를 갖추지 못한 경우까지 지급이 무한정 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달성 여부를 보여주는 검측 기록·시공 자료를 근거로 다투게 되며, 승인 거절의 사유가 무엇인지에 따라 대응이 달라집니다.
턴키 계약이면 설계 오류도 전부 시공자 책임인가요?
먼저 용어부터 정리하면, 턴키와 EPC는 겹치지만 같은 말이 아닙니다. 턴키는 완성된 상태로 인도한다는 넓은 개념이고 국내 공공공사에서는 설계·시공 일괄입찰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는 반면, EPC는 구매까지 한 계약에 넣은 형태를 말합니다. 어느 쪽이든 설계가 계약자의 책임 범위에 들어온다는 점은 공통입니다. 다만 전부 그런 것은 아닙니다 — 발주자가 제공한 기초 자료(원료 조건·부지 정보 등)의 오류, 발주자의 변경 지시에서 비롯된 부분은 책임의 경계가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기본설계를 발주자가 별도의 기술선과 계약해 진행하고 계약자는 상세설계만 맡은 구조라면, 넘겨받은 기본설계 자체의 결함까지 당연히 계약자 책임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계약서의 설계 범위·책임 분배 조항과 오류의 원인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를 함께 봐야 할 문제입니다.
영문 EPC 계약서인데 검토를 받을 수 있나요?
네. 해외 발주처·원청과의 영문 공사계약은 계약서 검토와 클레임 대응 자문까지 합니다. 준거법과 관할(또는 중재) 조항에 따라 분쟁의 경로가 달라지므로, 체결 전 검토 단계에서 그 조항들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법률 정보 안내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법령은 수시로 개정되며, 구체적인 결론은 개별 사건의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인의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시면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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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명은 모든 사건을 맡지는 않습니다. 승산 없는 소송은 권하지 않습니다. 건설·공사대금 문제로 고민 중이시라면, 지금 상황이 어느 단계인지와 절차의 실익부터 정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무소는 경기도 평택시에 있습니다.

작성 · 최철호 변호사 (법무법인 명,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법·민사법 전문변호사)
검토 · 2026년 8월 기준으로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법령·판례 변경 시 갱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