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랜트 기자재 공급은 단순 물품 판매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발주처의 사양에 맞춰 제작하는 계약은 매매와 도급의 성격이 섞인 제작물공급계약으로 다루어지고, 어느 쪽 성격이 강한지에 따라 하자·해제·시효의 취급이 달라집니다.
- 대금은 납품으로 확정되지 않고 검수·인수 절차를 거쳐 확정됩니다. 계약이 정한 검수 기한과 이의 절차를 지나면 인수된 것으로 다루는 조항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 대금이 막히는 이유는 대개 셋입니다 — 하자 주장, 플랜트 전체의 성능 미달, 설치·시운전 지연. 각각 반박의 방법이 다릅니다.
- 원청이 제작을 위탁한 구조라면 하도급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제조위탁). 서면 교부, 대금 지급 기일, 부당 감액 금지 같은 장치가 계약과 별도로 작동합니다.
- 시효가 짧습니다. 상품·생산물의 대가는 3년(민법 제163조 제6호), 공사에 관한 채권도 3년(민법 제163조 제3호)입니다. 정산 협의가 길어지는 동안에도 시효는 흘러갑니다.
- 증거의 핵심은 발주서(PO)와 현장 반입 기록입니다. 무엇을 어떤 사양으로 주문받았고 언제 현장에 들어갔는지가 남아 있어야 합니다.
플랜트 현장에 들어가는 기자재는 규격품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압력용기, 열교환기, 스키드 설비 — 도면과 사양서를 받아 그 현장에만 맞는 물건을 제작합니다. 그래서 대금이 막혔을 때 문제도 일반 물품 거래와 다르게 움직입니다. 다른 데 팔 수 없는 물건이고, 이미 현장에 들어가 배관에 연결되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작물공급계약은 주문자의 사양에 따라 물건을 만들어 공급하고 대가를 받는 계약을 말합니다. 완성된 물건을 넘긴다는 점에서 매매를 닮았고, 주문자가 정한 내용대로 일을 완성한다는 점에서 도급을 닮았습니다. 대체할 수 없는 특정 사양의 물건일수록 도급의 성격이 강하게 다루어지는 경향이 있고, 그에 따라 하자 책임과 해제의 취급이 달라집니다.이 글은 기자재를 공급한 쪽에서 대금을 받아내는 국면을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플랜트 계약 전체의 구조는 플랜트 공사계약의 구조 편에 있습니다.
1.이 계약은 무엇인가 — 성격이 결정하는 것들
기자재 공급 계약의 성격은 계약서의 제목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무엇을 공급하기로 했는지의 실질로 판단됩니다.
| 구분 | 규격품 공급에 가까울 때 | 주문 제작에 가까울 때 |
|---|---|---|
| 판단 기준 | 카탈로그 사양, 다른 곳에도 판매 가능 | 발주처 도면·사양 전용, 대체 불가 |
| 성격 | 매매에 가깝게 다루어짐 | 도급 성격이 강하게 다루어짐 |
| 하자 책임 | 매도인의 담보책임 | 수급인의 담보책임(민법 제667조 이하) |
| 해제 | 상대적으로 넓음 | 완성 후에는 제한적 |
이 구분이 실무에서 갖는 의미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하자를 이유로 한 대금 거절의 범위가 달라집니다. 둘째, 이미 제작이 상당히 진행된 뒤 발주처가 계약을 끝내려 할 때, 기성 부분에 대한 정산이 어떻게 되는지가 달라집니다.
계약서에 "매매계약서"라고 적혀 있어도 실질이 주문 제작이면 도급의 법리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다툼이 생기면 계약서의 제목이 아니라 사양서와 도면이 얼마나 그 현장 전용인지를 먼저 봅니다.
2.대금은 언제 확정되는가 — 검수와 인수
납품했다고 대금이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기자재 계약은 검수와 인수 절차를 거치도록 정해 두고 있습니다.
- 1발주(PO)사양·수량·납기·대금 조건이 확정되는 문서 — 이후 모든 다툼의 출발점입니다
- 2제작·검사제작 중 입회검사나 출하 전 검사가 예정된 경우가 많습니다
- 3납품·반입현장 반입 — 반입 확인서·인수증이 남는 자리입니다
- 4검수·인수계약이 정한 기간 안에 검수하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인수로 다루는 조항이 흔합니다
- 5대금 청구인수를 근거로 청구 — 유보금이 걸려 있으면 그 해제 조건도 함께 확인합니다
여기서 공급자 쪽이 반드시 확인할 조항이 검수 기한과 간주 인수입니다. 계약이 "납품 후 며칠 안에 이의가 없으면 인수한 것으로 본다"고 정해 두었다면, 그 기간이 지난 뒤의 하자 주장은 힘이 약해집니다. 반대로 이런 조항이 없으면 발주처가 검수를 미루는 방식으로 대금 지급을 무기한 늦출 여지가 생깁니다.
그리고 반입 기록이 없으면 이 모든 논의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현장에 언제 무엇이 들어갔는지를 보여주는 반입 확인서, 게이트 기록, 인수증이 남아 있어야 합니다. 플랜트 현장은 인력과 관리 주체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그때 받아두지 않으면 나중에 만들 수 없는 문서입니다.
야적장에 놓인 대형 플랜트 기자재와 배관 자재 — 발주서와 현장 반입 기록이 남아 있어야 대금 다툼의 출발선이 만들어집니다
3.대금이 막히는 세 가지 국면
기자재 대금이 지급되지 않을 때 발주처가 내세우는 이유는 대체로 셋입니다.
첫째, 하자 주장. 사양과 다르다거나 품질이 미달한다는 주장입니다. 반박의 출발점은 사양의 특정입니다. 발주서와 사양서에 무엇이 어떻게 적혀 있었는지, 승인도면이 있었다면 누가 언제 승인했는지. 발주처가 승인한 도면대로 제작한 물건이라면 사양 불일치 주장은 좁아집니다. 제작 중 입회검사나 출하 전 검사를 통과한 기록이 있으면 더 강합니다.
둘째, 플랜트 전체의 성능 미달. 개별 기자재에는 문제가 없는데 플랜트가 보증 성능을 내지 못하자, 그 책임을 기자재로 돌리며 대금을 묶는 국면입니다. 여기서는 내 설비가 계약 사양대로 작동하는지와 플랜트 전체의 성능을 분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성능시험의 조건과 절차 문제는 성능보증(PG)과 성능미달 편에서 다룹니다.
셋째, 설치·시운전 지연. 납품 범위가 어디까지였는지의 문제입니다. 공급만 하기로 한 것인지, 설치와 시운전 지원까지 범위였는지. 발주서의 공급 범위 조항이 답을 갖고 있고, 범위 밖의 작업을 현장 요청으로 수행했다면 그것은 별도의 추가 청구 문제가 됩니다.
세 국면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툼의 승부가 물건이 아니라 문서에서 난다는 것입니다.
4.하도급법이 적용되는 구조인가
원청이 자기가 맡은 일을 위해 다른 사업자에게 물건의 제작을 위탁했다면, 그 거래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말하는 제조위탁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하도급법상 하도급거래는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제조위탁 등을 하고, 수급사업자가 이를 제조해 납품하고 대가를 받는 행위를 말합니다(하도급법 제2조).
적용된다면 계약과 별도로 이런 장치들이 작동합니다.
- 서면 교부 의무 — 위탁 내용을 적은 서면을 작업 착수 전에 주어야 합니다. 서면 없이 구두로 제작을 지시해 놓고 나중에 범위를 다투는 경우, 이 의무 위반이 쟁점이 됩니다.
- 대금 지급 기일 — 목적물 수령일부터 정해진 기간 안에 지급해야 하고, 늦어지면 지연이자가 붙습니다.
- 부당한 대금 결정·감액 금지 — 이미 정한 단가를 사후에 깎는 행위가 규율됩니다.
- 부당특약 금지 — 수급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약정을 무효로 다룰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다만 하도급법은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의 규모 요건을 두고 있어, 모든 거래에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적용 여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절차와 그 실익은 별개의 판단이 필요한 문제이고, 대금 회수라는 목적에서 보면 민사 청구와 병행하거나 선후를 정해 진행하게 됩니다.
5.시효 — 3년은 생각보다 빨리 옵니다
기자재 대금 채권의 소멸시효는 짧습니다.
- 상품·생산물의 대가 — 생산자 및 상인이 판매한 생산물 및 상품의 대가는 3년입니다(민법 제163조 제6호). 상사채권의 5년(상법 제64조)보다 짧은 이 규정이 우선합니다.
- 공사에 관한 채권 — 도급받은 자의 공사에 관한 채권도 3년입니다(민법 제163조 제3호).
어느 쪽으로 성격이 정해지든 3년입니다. 문제는 이 3년이 흐르는 동안 현장에서는 "정산은 나중에 한꺼번에" 하자는 말이 오간다는 점입니다. 협의가 오간다고 시효가 멈추지는 않습니다. 시효가 다가오면 내용증명만으로는 부족하고, 시효를 끊는 조치를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 시효 관리의 일반론은 공사대금 소멸시효 편에서 정리했습니다.
6.자주 하는 실수
- 발주서 없이 구두 지시로 제작에 착수하는 것. 사양과 범위를 다툴 근거가 사라집니다. 하도급 관계라면 서면 미교부 자체가 별도의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 현장 반입 기록을 받아두지 않는 것. 납품 사실 자체가 다투어지면 그때는 만들 수 없는 문서입니다.
- 검수 기한 조항을 확인하지 않는 것. 간주 인수 조항이 있으면 공급자에게 유리하게 작동할 수 있는데, 알지 못해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승인도면을 보관하지 않는 것. 발주처가 승인한 도면은 사양 불일치 주장을 막는 가장 강한 문서입니다.
- 플랜트 전체의 성능 문제와 내 설비의 문제를 분리하지 않는 것. 분리하지 않으면 전체 성능 다툼이 끝날 때까지 대금이 묶입니다.
- "공사가 끝나면 정산하자"는 말에 시효를 맡기는 것. 3년은 정산 협의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 검수·이의 기한
- 계약이 정한 기간 — 간주 인수 조항이 있는지 함께 확인
- 하도급대금 지급 기일
- 하도급법 적용 시 목적물 수령일 기준 — 지연 시 지연이자
- 대금 채권 시효
- 3년 (민법 제163조 제6호 또는 제3호) — 협의 중에도 계속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