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랜트는 지어졌다고 끝나지 않습니다. 계약이 보증한 수치 — 생산량, 순도, 소비량, 효율 — 를 실제로 내야 계약이 예정한 대로 마무리됩니다. 그 약속이 성능보증(PG) 입니다.
- 성능은 성능시험으로 확인합니다. 그래서 다툼은 결과 수치보다 먼저 시험의 조건과 절차에서 터집니다. 어떤 원료로, 어떤 운전 조건에서, 몇 시간을, 누가 측정하기로 했는지가 계약에 적혀 있습니다.
- 미달했을 때 무엇이 발동하는지는 계약이 정해 둡니다. 보완 → 재시험 → 미달 폭에 따른 배상으로 이어지는 단계가 일반적이고, 보증치를 두 층으로 나눈 계약이라면 최저 보증치를 밑돌 때 인수 거절이나 해제까지 가는 구조가 붙습니다.
- 성능이 안 나오면 가장 먼저 걸리는 것은 대금입니다. 보증 수치가 계약에 들어 있으면 그 수치가 완성이나 지급 조건의 내용으로 다루어질 가능성이 높고, 없으면 발주자가 하자나 채무불이행을 따로 입증해야 하는 쪽으로 갑니다.
- 미달의 원인이 기본설계·원료 조건·운전 방식 어디에서 왔는지가 책임의 경계입니다. 계약자의 시공·상세설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면 그대로 계약자 책임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 성능 다툼의 증거는 준공 후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시운전 일지, 원료 분석 성적서, 운전 로그가 그 자리에서 남아 있어야 합니다.
일반 건축의 완성은 눈으로 확인됩니다. 도면대로 지어졌는가. 그런데 플랜트의 완성은 숫자로 확인됩니다. 하루에 몇 톤을 생산하는가, 순도가 몇 퍼센트인가, 그것을 얻는 데 전력과 스팀을 얼마나 쓰는가. 설비는 다 올라섰는데 이 숫자가 나오지 않으면, 완성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부터 다투어집니다.
성능보증(PG, Performance Guarantee)은 완성된 플랜트가 계약에서 정한 성능 수치를 낼 것을 계약자가 보증하는 조항을 말합니다. 계약에 따라서는 이 수치를 두 층으로 나눠 둡니다 — 달성하면 정상 인수되는 보증치와, 이것마저 밑돌면 인수 자체가 문제 되는 최저 보증치입니다. 그 사이의 미달 구간에는 금액으로 환산된 배상 조항이 붙습니다. 이 글에서 두 보증치를 나누어 말하는 대목은 그렇게 짜인 계약을 전제로 한 것이고, 법이 정해 둔 구조가 아닙니다. 내 계약이 몇 층으로 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이 글은 성능보증이 발동하는 구조와 다툼의 자리를 정리한 것입니다. 계약 전체의 뼈대는 플랜트 공사계약의 구조 편에 있습니다.
이 글의 전제를 먼저 밝힙니다. 플랜트 성능 다툼이 국내 법원에서 정면으로 다루어진 예는 많지 않아, 기댈 만한 확립된 기준을 찾기 어렵습니다. 성능보증의 구조와 용어가 해외 플랜트 계약 실무에서 다듬어져 온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글은 그 계약 실무를 뼈대로 삼되, 국내 계약에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은 민법의 기본 원칙과 조문으로 짚었습니다. 결론을 확정해 주는 글이 아니라, 내 계약서에서 무엇을 찾아봐야 하는지를 짚는 글로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1.성능보증은 무엇을 약속한 것인가
성능보증은 "잘 지었다"는 약속이 아니라 "이 수치가 나온다"는 약속입니다. 이 차이가 실무에서 만드는 결과는 큽니다.
시공에 아무 잘못이 없어도 수치가 나오지 않으면 보증 위반이 됩니다. 반대로 시공 과정에 크고 작은 문제가 있었어도 보증 수치가 나오면 성능보증 조항은 발동하지 않습니다. 결과로 판단하는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계약서에서 먼저 확인할 것은 보증 항목이 무엇으로 특정되어 있는가입니다. 생산량만 보증한 계약과, 생산량·품질·원단위 소비량을 모두 보증한 계약은 위험의 크기가 전혀 다릅니다. 항목이 많을수록, 그리고 각 항목이 독립적으로 판단될수록 계약자의 부담이 커집니다.
2.성능시험 — 결과보다 조건이 먼저입니다
성능은 성능시험으로 확인됩니다. 그런데 실무의 다툼은 "몇이 나왔는가"보다 "그 시험이 유효한가" 에서 훨씬 자주 터집니다.
계약의 시험 절차서에는 보통 이런 것들이 적혀 있습니다.
- 원료 조건 — 어떤 사양의 원료를 쓸 때의 성능인지. 발주자가 공급하는 원료가 이 사양을 벗어나면 성능이 나오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 운전 조건 — 온도·압력·부하율 등 어떤 조건에서 측정하는지.
- 시험 기간 — 몇 시간 연속 안정 운전 상태를 유지한 뒤 측정하는지.
- 측정 방법과 계기 — 어느 지점에서, 어떤 계기로, 어떤 보정을 거쳐 측정하는지.
- 입회와 확인 — 누가 입회하고 결과를 어떤 문서로 확정하는지.
이 조건들이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수치는 성능보증 위반의 근거가 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계약자 입장에서도, 조건이 지켜졌는데 수치가 나오지 않았다면 시험의 유효성을 다투는 길은 좁아집니다.
그래서 성능시험은 결과를 받아 적는 자리가 아니라, 조건이 지켜졌는지를 기록하는 자리입니다. 시험 당시의 원료 분석 성적서, 운전 로그, 계기 교정 기록이 그 자리에서 남지 않으면 나중에 복원할 방법이 없습니다.
3.미달했을 때 무엇이 발동하는가
성능이 보증치에 못 미쳤을 때 계약은 대개 단계적으로 움직입니다.
- 1보완 기회계약이 정한 기간 안에 원인을 찾아 조정·개선하고 다시 시험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 2재시험보완 후 같은 절차로 재시험 — 횟수와 기한이 계약에 정해져 있습니다
- 3성능 배상미달 폭에 비례한 배상액이 적용되는 구간 — 두 층으로 정한 계약이라면 최저 보증치는 넘긴 범위입니다
- 4인수 거절·해제계약이 정해 둔 문턱마저 밑도는 경우 — 인수를 거절하거나 계약을 끝내는 국면으로 갑니다
여기서 계약자 쪽이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보완과 재시험이 계약에 적혀 있는가입니다. 적혀 있다면 발주자가 임의로 건너뛸 수 있는 단계가 아니므로, 첫 시험 결과만으로 곧바로 배상이나 인수 거절로 넘어가는 데 대해 절차를 밟을 것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계약에 그런 단계가 없거나 정해진 횟수·기한이 이미 지난 상태라면, 보완을 요구할 근거는 계약 밖에서 따로 찾아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출발점은 조항입니다.
성능 미달에 붙는 배상액이 어떤 성격인지는 조항의 문언에서 나옵니다.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고(민법 제398조 제4항), 예정으로 보는 이상 그 액이 부당히 과다하면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398조 제2항). 다만 추정은 뒤집힐 수 있는 것이어서, 조항이 손해를 메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위반 자체를 제재하려는 것(위약벌)으로 읽히면 감액 조항이 그대로 작동한다고 보기 어려워집니다. 감액이 열려 있는 경우라도 여부와 폭은 판단의 영역이므로, 금액을 깎는 쪽에 기대어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4.성능이 안 나오면 무엇이 문제 되는가
가장 먼저 걸리는 것은 대금입니다. 도급은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그 일의 결과에 대해 보수를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이고(민법 제664조), 보수는 완성된 목적물의 인도와 동시에 지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제665조 제1항). 그래서 성능이 나오지 않은 상태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인지 "완성은 됐는데 흠이 있는 것"인지에 따라 대금을 청구할 수 있는지 자체가 갈립니다.
첫머리에서 밝힌 대로 국내에서 이 물음이 정면으로 정리된 예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능성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데, 갈림길은 보증 수치가 계약 안에 들어 있는가입니다.
계약서나 시방서에 보증 성능 수치가 적혀 있는 경우 — 그 수치를 내는 것이 일의 완성이나 대금 지급 조건의 내용으로 다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계약자는 그 성능을 갖추었음을 입증해야 대금을 받을 수 있고, 미달 시의 배상이나 비용 부담을 약정해 두었다면 발주자는 그 약정을 근거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성능 다툼이 곧 잔금·유보금 다툼이 되는 구조이고, 이 국면의 방어는 공사대금 청구를 받았을 때 편과 맞닿습니다.
수치가 계약에 없거나, 별도의 성능보증서를 받았지만 계약서에 편입되지 않은 경우 — 약정된 구제는 쓰기 어렵습니다. 발주자는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성능에 미달한다는 점을 하자나 채무불이행으로 따로 입증해야 하고, 그만큼 발주자 쪽의 부담이 커집니다. 이 갈래에서 발주자가 기대는 것이 법이 정해 둔 하자담보책임입니다. 성능보증 조항과 나란히 놓으면 이렇습니다.
| 구분 | 성능보증(PG) | 하자담보책임 |
|---|---|---|
| 묻는 것 | 약속한 수치의 달성 | 만들어진 것의 결함 |
| 근거 | 계약 조항 | 민법 제667조 이하 + 계약 |
| 확인 방법 | 성능시험 | 하자의 발견·감정 |
| 구제 | 보완·재시험·미달 폭에 따른 배상·인수 거절 | 하자보수 청구, 손해배상, 제한적 해제 |
| 시점 | 준공·인수 전후의 시험 국면 | 인도 후 담보 기간 |
완성된 목적물에 하자가 있으면 도급인은 상당한 기간을 정해 보수를 청구할 수 있고(민법 제667조), 하자로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때에 한해 해제할 수 있되 건물 기타 토지의 공작물은 해제할 수 없습니다(제668조). 담보 기간은 인도받은 날부터 1년이 원칙이고(제670조), 「토지·건물 기타 공작물」에 해당하면 5년, 석조·금속 등으로 조성된 것은 10년입니다(제671조 제1항). 플랜트는 토지에 정착된 구조물과 그 위에 얹힌 기계설비가 한데 묶인 목적물이라 어느 쪽으로 볼지가 미리 정해져 있지 않고, 그 판단에 따라 해제가 막히는지와 기간이 몇 년인지가 갈립니다.
다만 성능보증 분쟁은 지체상금 분쟁만큼 자주 법원까지 가지 않고, 국내 판결도 환경설비나 기계 제작·설치 계약에서 나온 것이 대부분입니다. 위의 두 갈래는 그 위에서 읽을 수 있는 방향이지 확정된 답이 아닙니다. 어느 쪽이든 먼저 볼 것은 내 계약서에 보증 수치가 어떻게 들어가 있는가이고, 성능 조항이 있다면 그 조항이 정한 절차 — 시험, 보완, 재시험, 배상 — 가 먼저 움직입니다.
플랜트 배관과 계기가 밀집한 설비 구역 — 성능 다툼의 증거는 시운전 당시의 운전 기록과 분석 성적서에서 나옵니다
5.미달의 원인이 어디에서 왔는가
성능이 안 나오는 이유는 하나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 원인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가 곧 책임의 경계입니다.
- 기본설계에서 온 경우 — 발주자가 별도의 기술선과 계약해 기본설계를 진행하고 계약자는 상세설계부터 맡은 구조라면, 넘겨받은 공정 설계 자체가 그 성능을 낼 수 없는 것이었을 때 이를 계약자 책임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구분은 플랜트 공사계약의 구조 편에서 다룬 설계 범위 문제와 같은 자리입니다.
- 원료·유틸리티 조건에서 온 경우 — 발주자가 공급하는 원료의 사양이 계약 전제와 다르거나, 스팀·전력 등 유틸리티 조건이 계약 조건에 못 미치면 성능은 나오지 않습니다. 계약서의 발주자 제공 조건 조항과 실제 공급 실적을 대조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 운전 방식에서 온 경우 — 시운전 이후 발주자 측 운전 인력이 계약이 정한 방식과 다르게 운전한 경우입니다. 운전 로그와 교육·인수인계 기록이 근거가 됩니다.
- 기자재에서 온 경우 — 특정 설비가 사양대로의 성능을 내지 못한 경우입니다. 계약자가 조달한 기자재라면 계약자 책임 범위 안이지만, 발주자 지정 벤더의 설비라면 책임의 경계가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기자재 자체의 대금·하자 문제는 플랜트 기자재·설비 납품대금 편에서 다룹니다.
여기서 계약자 쪽이 흔히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원인을 지목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원인이 없었다면 성능이 나왔을 것이라는 연결까지 보여야 합니다. 그래서 시운전 단계에서 조건을 바꿔가며 시험한 기록이 남아 있으면 결정적인 자료가 됩니다.
6.자주 하는 실수
- 성능시험을 결과만 받아 적는 자리로 다루는 것. 원료 분석 성적서, 운전 로그, 계기 교정 기록이 그 자리에서 남지 않으면 나중에 조건을 다툴 수 없습니다.
- 보완 기회를 요구하지 않고 배상 협상으로 넘어가는 것. 계약이 보완과 재시험을 예정하고 있다면 그것이 먼저입니다.
- 성능 조항이 있는데 민법의 하자담보책임부터 떠올리는 것. 계약이 정한 시험·보완 절차가 먼저 움직입니다.
- 발주자 공급 원료의 사양을 확인·기록하지 않는 것. 나중에 원료 조건을 다투려 해도 그 시점의 분석 성적서가 없으면 주장에 그칩니다.
- 시운전 인수인계를 문서 없이 끝내는 것. 운전 방식에서 비롯된 미달을 다툴 근거가 사라집니다.
- 성능 다툼 중에 기성·잔금 청구를 방치하는 것. 성능 다툼과 대금 채권의 시효는 따로 흘러갑니다.
- 보완·재시험 기한
- 계약이 정한 기간과 횟수 — 이 기회를 쓰지 않으면 뒤에 주장하기 어려워집니다
- 하자담보 존속기간
- 원칙은 인도받은 날부터 1년 (민법 제670조) — 「토지·건물 기타 공작물」에 해당하면 5년, 석조·금속 등으로 조성된 것은 10년 (민법 제671조 제1항). 설비가 어느 쪽인지는 개별 판단
- 공사대금 시효
- 3년 (민법 제163조 제3호) — 성능 협의가 길어지는 동안에도 별도로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