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사대금 소송의 다툼은 두 층입니다. 항목이 인정되는지는 법리로, 인정된 항목이 얼마인지는 감정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 감정인은 당사자가 아니라 법원이 지정합니다(민사소송법 제335조).
- 감정 신청은 대개 금액을 입증해야 하는 쪽, 즉 대금을 청구하는 쪽이 합니다. 방어하는 쪽은 감정 사항과 감정 결과에 의견으로 맞섭니다.
- 감정료는 신청한 쪽이 먼저 냅니다(민사소송법 제116조). 소송이 끝나면 소송비용의 일부로서 패소한 쪽이 부담하는 구조입니다(민사소송법 제98조).
- 감정서가 나왔다고 끝이 아닙니다. 감정 사항의 설계, 전제사실, 감정 결과에 대한 의견 — 세 지점에서 다툴 수 있습니다.
- 감정의 결과는 제출된 자료만큼 나옵니다. 자료 정리가 안 된 상태의 감정 신청은 빈칸이 많은 감정서로 돌아옵니다.
공사대금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어느 시점에 "감정으로 가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시공을 어디까지 했는지, 그 공사비가 얼마인지를 두고 양쪽의 숫자가 다를 때, 법원이 전문가의 판단을 받는 절차가 공사비 감정입니다.
감정은 전문 지식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 즉 감정인의 판단을 받는 증거조사 절차입니다(민사소송법 제335조). 건설 사건에서는 기성고, 추가공사대금, 하자보수비 같은 금액 산정이 주된 대상이 됩니다. 감정 결과가 판결의 금액 판단에 기초가 되는 경우가 많아, 실무에서는 감정을 공사대금 소송의 승부처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승부처인 것에 비해, 감정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는 소송을 처음 겪는 분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누가 신청하는지, 비용은 얼마나 들고 누가 내는지, 불리한 결과가 나오면 어떻게 되는지 — 이 글은 그 순서를 정리한 것입니다.
1.인정 여부는 법리, 금액은 감정 — 감정이 맡는 자리
공사대금 소송의 다툼은 두 층으로 나뉩니다. 그 항목이 인정되는가는 계약과 증거, 법리의 문제입니다. 추가 공사 지시가 있었는지, 그 작업이 계약 범위 밖인지는 감정인이 정해 주지 않습니다. 감정이 맡는 것은 그다음 층 — 인정되는 항목의 금액이 얼마인가입니다.
이 구분이 감정 전략의 출발점입니다. 지시가 있었는지부터 다투어지는 항목이라면, 감정보다 지시의 입증이 먼저입니다. 입증 없이 감정부터 신청하면, 감정인은 "그 작업이 청구인의 주장대로 지시된 것을 전제로" 금액만 계산할 뿐이고, 전제가 무너지면 그 금액도 함께 무너집니다.
반대로 시공 사실과 항목에 다툼이 없고 금액만 벌어져 있다면 감정이 곧 본론입니다. 어느 쪽이든, 내 사건에서 감정이 맡을 자리가 어디까지인지를 정확히 그어 두는 것이 감정료를 헛되이 쓰지 않는 길입니다.
감정이 모든 공사대금 소송의 필수 절차인 것도 아닙니다. 기성 부분과 금액이 계약서·내역서·기성청구서로 명확하게 드러나는 사건이라면 감정 없이 자료만으로 인정되기도 합니다. 감정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절차이므로, 무엇을 감정으로 확인받아야 하고 무엇은 자료로 충분한지를 가려내는 판단이 신청보다 앞서야 합니다.
2.무엇을 감정하는가 — 공사비 감정의 종류
건설 사건에서 실제로 이루어지는 감정은 대체로 다음 갈래입니다.
| 감정의 종류 | 무엇을 정하는가 | 주로 쓰이는 국면 |
|---|---|---|
| 기성고 감정 | 전체 공사 중 시공을 마친 비율과 그 공사비 | 공사 중단·타절 후 정산, 과기성 다툼 |
| 추가공사대금 감정 | 추가 시공분의 물량과 공사비 | 서면 없는 추가 공사의 금액 산정 |
| 하자 감정 | 하자의 존재·원인과 보수비용 | 하자를 이유로 한 공제·상계 다툼 |
| 공사비(총액) 감정 | 해당 공사에 통상 드는 공사비 | 계약 금액 자체가 다투어지는 경우 |
하나의 소송에서 두 갈래 이상이 함께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청구하는 쪽이 기성고 감정을 신청하면, 방어하는 쪽이 하자 감정을 신청해 공제할 금액을 세우는 식입니다. 어느 감정을 어느 범위로 신청할지는 소송 전략 그 자체이므로, 신청서를 내기 전에 사건 전체의 구도를 놓고 정할 문제입니다.
3.누가 신청하고, 감정료는 누가 내는가
감정 신청은 그 금액을 입증해야 하는 쪽이 하는 것이 원칙적인 모습입니다. 공사대금을 청구하는 쪽이 자기 청구 금액을 세우기 위해 신청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하자 공제를 주장하는 쪽이라면 그쪽이 하자 감정을 신청합니다. 방어하는 쪽이 상대방의 감정을 앞질러 같은 감정을 신청할 이유는 대개 없습니다 — 방어의 무기는 신청이 아니라 의견입니다.
감정료는 감정을 신청한 쪽이 법원이 정한 금액을 미리 냅니다(민사소송법 제116조). 금액은 공사 규모와 감정 범위에 따라 크게 달라서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건설 감정은 감정인이 현장을 조사하고 물량을 산출하는 작업이어서 가벼운 비용은 아닙니다. 감정 범위를 넓게 잡을수록 감정료도 늘어나므로, 자료로 세울 수 있는 부분과 감정으로 확인받아야 할 부분을 가려내는 판단이 비용 관리이기도 합니다.
미리 낸 감정료가 그대로 신청한 쪽의 부담으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감정료는 소송비용에 포함되고, 소송비용은 원칙적으로 패소한 쪽이 부담합니다(민사소송법 제98조). 이겨서 소송비용 부담 재판을 받으면, 소송비용확정신청을 통해 미리 낸 감정료를 상대방에게서 돌려받는 구조입니다(민사소송법 제110조). 일부 승소라면 그 비율에 따라 나뉩니다.
4.감정 절차 — 신청부터 감정서까지
- 1감정 신청감정 신청서와 함께 감정 사항, 즉 감정인에게 물을 항목의 초안을 제출합니다
- 2채택과 감정인 지정법원이 감정의 필요성을 판단해 채택하고 감정인을 지정합니다(민사소송법 제335조). 양쪽은 감정 사항에 대한 의견을 냅니다
- 3감정료 예납법원이 정한 감정료를 신청한 쪽이 미리 냅니다(민사소송법 제116조)
- 4자료 제출과 현장 조사감정인에게 도면·내역서·사진 등 자료가 제출되고, 감정인이 현장을 조사합니다
- 5감정서 제출감정인이 감정서를 법원에 제출합니다. 신청부터 여기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것이 보통입니다
- 6감정 결과에 대한 의견양쪽이 감정서의 전제와 산정 방식에 대해 의견을 내고, 필요하면 감정보완신청으로 이어갑니다
절차에서 눈여겨볼 것은 감정인에게 어떤 자료가 들어가는지입니다. 감정인은 제출된 자료와 현장에서 확인한 것으로 계산합니다. 작업일보·내역서·사진이 정리되어 들어가면 그만큼 촘촘한 감정서가 나오고, 자료가 빈 부분은 감정서에서도 "확인 불가"로 남습니다. 감정은 자료 싸움의 연장이지, 자료 없이 결과를 만들어 주는 마법이 아닙니다.
현장 조사에는 양쪽 당사자가 입회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입회는 형식적인 절차가 아닙니다. 감정인이 어느 부분을 어떻게 확인하는지 지켜보고, 확인이 빠진 부분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짚어 두는 기회입니다. 조사 당일 현장에서 오간 이야기와 확인된 상태를 사진과 메모로 남겨 두면, 뒤에 감정서를 다툴 때의 재료가 됩니다.
감정서가 나온 뒤 사건이 조정이나 화해로 마무리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양쪽 모두에게 금액의 눈금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감정 결과를 기초로 현실적인 협의가 시작되는 국면까지 내다보면, 감정은 판결만이 아니라 합의의 발판이기도 합니다.
공사 현장에서 줄자로 시공 부분을 실측하는 손 — 공사비 감정은 현장과 자료를 대조해 물량을 산출하는 절차입니다
5.감정을 다투는 세 지점
감정은 결과가 나온 뒤에만 다투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 순서대로 세 지점이 있고, 앞 지점일수록 효과가 큽니다.
첫째, 감정 사항의 설계. 감정인에게 무엇을 묻는지가 결과의 절반을 정합니다. 신청하는 쪽은 감정 사항을 자기 청구 구조에 맞게 설계해야 하고, 상대방은 그 감정 사항의 전제가 잘못되어 있다면 채택 전 의견으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예컨대 다툼 있는 지시를 기정사실처럼 전제한 감정 사항이라면, 이 단계에서 "지시 여부는 전제하지 말고 물량과 금액만 산정하라"는 취지로 다듬게 됩니다.
둘째, 전제사실과 자료. 감정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감정인에게 제출되는 자료의 범위를 다툽니다. 상대방이 낸 자료에 오류가 있다면 반박 자료를 내고, 현장 조사에 입회해 확인할 것을 확인합니다.
셋째, 감정 결과에 대한 의견. 감정서가 나오면 산정의 전제, 적용 단가, 물량 산출 방식의 오류를 짚어 의견을 냅니다. 계산이 빠졌거나 전제가 어긋난 부분은 감정보완신청으로 감정인에게 다시 묻습니다. 감정서의 결론은 전제에 따라 움직이므로, 수치 자체를 공격하는 것보다 전제를 무너뜨리는 쪽이 효과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인이 성실하게 감정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때에는 기피를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336조). 다만 기피는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쓸 수 있는 장치가 아니라, 공정성을 의심할 구체적 사정이 있을 때의 예외적인 수단입니다.
6.자주 하는 실수
- 자료 정리 전에 감정부터 신청하는 것. 감정은 자료를 대신해 주지 않습니다. 감정인이 계산할 재료를 먼저 갖춰야 감정료가 값을 합니다.
- 감정 사항 설계를 남에게 맡겨 두는 것. 상대방이 설계한 감정 사항을 의견 없이 통과시키면, 기울어진 전제 위에서 감정이 진행됩니다. 채택 전 의견 제출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 감정료가 아까워 필요한 감정을 접는 것. 금액 입증이 감정 없이 서기 어려운 사건에서 감정을 생략하면, 청구 금액 자체가 인정받지 못하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긴다면 감정료는 돌려받는 구조라는 점까지 놓고 판단할 문제입니다.
- 감정서가 나온 뒤 방치하는 것. 의견과 보완신청 없이 변론이 종결되면, 감정서의 숫자가 그대로 판단의 기초가 됩니다. 다툴 것이 있다면 감정서를 받은 직후가 골든타임입니다.
- 현장을 감정 전에 바꿔 버리는 것. 감정인이 확인하기 전에 보수 공사나 철거를 진행하면 시공 상태의 확인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감정이 예정된 사건이라면 현장 변경 전에 사진과 영상으로 상태를 남기고, 변경이 불가피한지부터 검토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