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정보기업 법무계약서 없이 거래해 온 관계 정리

계약서 없이 거래해 온 관계 — 잘 지낼 때 정비하는 법

기업 법무최철호 변호사2026년 7월 기준 확인
계약서 없이 거래해 온 관계 정리
요약
  • 계약서가 없어도 계약은 있습니다. 십 년째 이어 온 발주와 납품, 그 관행 자체가 계약입니다. 문제는 성립이 아니라 내용의 증명입니다.
  • 관행 거래의 위험은 세 순간에 현실화됩니다 — 단가를 다툴 때, 품질 클레임이 들어올 때, 거래가 끊길 때. 그 전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 정비의 첫걸음은 새 문서가 아니라 이미 있는 기록의 정리입니다. 발주 문자, 거래명세서, 세금계산서, 입금 내역 — 흩어진 것을 모으면 관계의 실체가 드러납니다.
  • 반복 거래는 기본거래계약서 한 장으로 정비합니다. 단가와 변경 절차, 발주·검수, 지급 조건, 클레임 기간, 거래 종료의 예고 — 매번 다투던 것을 한 번에 정합니다.
  • 잘 지내는 지금이 정비의 유일한 시점입니다. 분쟁의 조짐이 보인 뒤에 내미는 계약서는 서명받기 어렵습니다.
  • 이미 대금이 밀려 있다면 이 글의 국면이 아닙니다 — 물품대금 채권은 3년의 단기 소멸시효(민법 제163조 제6호)가 걸려 있어, 그때는 회수 절차가 먼저입니다.

십 년 넘은 거래처인데 계약서가 한 장도 없습니다. 전화로 발주하고, 납품하고, 월말에 정산해 온 세월이 곧 신뢰였고, 그동안 아무 문제도 없었습니다.

문제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보장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관행으로 돌아가는 거래는 관계가 좋을 때는 계약서보다 부드럽게 작동하지만, 관계가 틀어지는 순간 무엇 하나 정해진 것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 순간은 대개 예고 없이 옵니다.

이 글은 그 순간이 오기 전의 정비에 관한 글입니다. 무엇이 위험한지, 지금 있는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기본거래계약서라는 도구로 관계를 어떻게 한 장에 담는지 — 예방의 순서로 정리했습니다.

1.계약서가 없어도 계약은 있다

먼저 오해부터 정리하겠습니다. 계약서가 없다고 계약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계약은 서면이라는 형식이 있어야 성립하는 것이 아니어서, 전화 발주와 납품, 월말 정산으로 이어져 온 거래에는 그 내용대로의 계약이 이미 존재합니다.

그래서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 그 계약의 내용이 무엇인지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 단가는 얼마로 합의된 것인지, 불량이 나오면 언제까지 통지하기로 한 것인지, 거래를 끊으려면 미리 알려야 하는 것인지. 다툼이 생기면 양쪽이 서로 다른 "우리의 관행"을 주장하고, 법원은 흩어진 기록에서 그 내용을 짜 맞추게 됩니다.

계약서는 계약을 만드는 종이가 아니라 계약의 내용을 고정하는 종이입니다. 없이도 거래는 돌아가지만, 다툼이 생기는 순간 그 부재의 값을 치르게 됩니다.

관행이 계약의 내용으로 인정되는 방식도 생각보다 불안정합니다. "지난 십 년간 늘 월말 마감 익월 말 지급이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지급기일의 합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되지만, 상대가 "그건 편의상 그랬을 뿐"이라고 다투기 시작하면 결국 기록의 양과 질이 승부를 정합니다. 관행은 지켜지는 동안에만 튼튼해 보이는 규칙입니다.

2.위험이 현실화되는 세 순간

관행 거래의 위험은 평소에는 보이지 않다가, 정해진 순간에 현실이 됩니다.

① 단가를 다툴 때. 원자재가 올라 단가 인상을 통보했는데 상대는 "합의한 적 없다"며 종전 단가로 입금합니다. 반대로 상대가 일방적으로 단가를 깎겠다고 통보해 오기도 합니다. 단가가 어떻게 정해지고 어떤 절차로 바뀌는지가 문서에 없으면, 인상 통보도 인하 방어도 근거가 약합니다. 구두로 "다음 달부터 올리기로 했다"는 합의는, 상대가 부인하는 순간 증명의 문제가 됩니다.

② 품질 클레임이 들어올 때. 납품한 지 몇 달 지난 물량에 대해 불량이라며 대금에서 공제하겠다고 합니다. 언제까지 검수해 통지해야 하는지, 불량의 판정 기준이 무엇인지, 공제가 아니라 교환으로 처리하는 것인지 — 클레임의 규칙이 없으면 클레임은 늦게, 크게, 대금 공제의 형태로 옵니다. 특히 대금 지급을 미루는 수단으로 품질 문제가 동원되는 국면에서, 규칙의 부재는 그대로 상대의 무기가 됩니다.

③ 거래가 끊길 때. 어느 날 발주가 뚝 끊깁니다. 그 거래처에 맞춰 설비를 늘리고 재고를 쌓아 둔 상태라면 타격이 큽니다. 예고 기간도, 남은 재고와 발주분의 처리도 정해진 것이 없으니, 관계의 종료가 곧 손실의 일방적 부담이 됩니다. 반대로 우리가 거래를 정리하고 싶을 때도, 어떻게 끝내야 뒤탈이 없는지의 기준이 없습니다.

세 순간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 모두 관계가 나빠진 뒤에 옵니다. 그때는 이미 규칙을 만들 수 있는 시점이 지나 있습니다.

잘 지내는 지금이 정비의 유일한 시점입니다. 분쟁의 조짐이 보인 뒤에 내미는 계약서는 "우리를 의심하느냐"는 반응과 함께 거절당하기 쉽고, 서명을 받더라도 이미 벌어진 다툼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계약서는 사이가 좋을 때만 쓸 수 있는 도구입니다.

3.지금 있는 것부터 모은다

정비의 첫걸음은 새 문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기록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입니다. 계약서 없는 거래에도 기록은 반드시 남아 있습니다.

  • 발주의 흔적 — 발주 문자·카톡, 이메일, 팩스 발주서.
  • 거래의 흔적 — 거래명세서, 납품확인서, 인수증.
  • 정산의 흔적 — 세금계산서, 입금 내역, 잔액을 맞춰 본 문자.
  • 조건이 언급된 순간들 — 단가를 정하거나 바꿀 때 오간 대화, 불량 처리를 협의한 기록.

이 기록들이 하는 일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다툼이 생겼을 때 "우리 거래의 실제 내용"을 증명하는 재료가 됩니다 — 계약서가 없는 거래의 소송은 결국 이 기록들의 싸움입니다. 둘째, 기본거래계약서를 만들 때 무엇을 조문으로 옮겨야 하는지의 목록이 됩니다. 지난 일 년의 기록을 훑으면 이 관계에서 다툼이 될 만한 지점이 어디인지가 드러납니다.

지금 당장 하실 수 있는 일은 간단합니다 — 거래처별로 폴더 하나를 만들어 위 네 종류의 기록을 모아 두는 것. 특히 개인 휴대전화의 문자와 카톡에만 남아 있는 발주·단가 합의는 담당자가 바뀌면 사라지는 기록이므로, 옮겨 두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퇴사한 직원의 휴대전화와 함께 몇 년치 발주 기록이 사라지는 일은 드물지 않게 벌어집니다.

책상 위에 나란히 놓인 낡은 갈색 장부와 새 서류 바인더 — 관행으로 돌아온 거래를 문서로 옮기는 일은 불신이 아니라 관계를 오래 가져가기 위한 정비입니다책상 위에 나란히 놓인 낡은 갈색 장부와 새 서류 바인더 — 관행으로 돌아온 거래를 문서로 옮기는 일은 불신이 아니라 관계를 오래 가져가기 위한 정비입니다

4.기본거래계약서 — 관계를 한 장으로

기본거래계약서는 계속 반복되는 거래의 공통 조건 — 단가, 발주와 검수, 대금 지급, 클레임, 계약 종료 — 을 한 번에 정해 두는 계약서입니다. 이후의 개별 발주는 이 기본 틀 위에서 이루어집니다.

건별 계약서를 매번 쓰는 것은 반복 거래의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쓰는 도구가 기본거래계약서입니다 — 관계의 규칙을 한 번 정해 두고, 개별 거래는 발주서·명세서로 돌리는 구조입니다.

담을 것은 이 관계에서 다툼이 될 만한 것들, 즉 앞의 세 순간에 대응하는 조항들입니다.

조항정해 두는 것
단가와 변경 절차현재 단가(또는 단가표), 인상·인하는 어떤 절차와 예고로 하는지
발주와 수락발주의 방식(서면·전자), 발주가 확정되는 시점
납품과 검수검수의 기준과 기간 — 기간 내 통지 없으면 합격으로 본다는 구조
대금 지급마감·지급일, 지연 시의 이자
클레임 처리불량 통지 기한, 처리 방식(교환·감액), 대금 공제의 요건
계약 기간과 종료기간, 갱신, 거래 종료 시의 예고 기간과 잔여 발주·재고의 처리
통지통지의 방법과 수신처

이 표의 항목들이 낯익으실 것입니다 — 계약서 검토 편에서 "빠져 있으면 위험한 조항"으로 정리한 것들과 겹칩니다. 관행 거래의 정비란 결국 그동안 비어 있던 조항들을 채우는 일입니다. 그리고 무엇을 채워야 할지는 남의 표준 양식이 아니라, 앞 단계에서 모아 둔 우리 거래의 기록이 알려 줍니다.

구조를 짤 때의 요령이 하나 있습니다 — 자주 바뀌는 것은 본문이 아니라 별첨으로 빼는 것입니다. 단가는 오르내리는 것이 정상이므로, 단가표를 별첨으로 두고 "별첨의 개정으로 변경한다"는 절차만 본문에 적어 두면 단가가 바뀔 때마다 계약서 전체를 다시 쓸 필요가 없습니다. 발주서 양식도 마찬가지로 별첨에 붙여 두면, 이후의 개별 거래 문서들이 자동으로 기본계약의 틀 안으로 들어옵니다.

한 가지 실무적인 조언 — 상대방에게 꺼낼 때는 "당신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우리 쪽 관리 체계 정비"를 명분으로 삼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전체 거래처를 대상으로 한 일괄 정비, 세무·내부 통제상의 필요 — 실제로도 사실인 이 명분은 오래된 관계의 어색함을 크게 줄여 줍니다.

기본거래계약서의 초안을 어느 쪽이 만들 것인가도 사소하지 않은 문제입니다. 우리가 초안을 만들면 우리 거래의 현실에 맞는 틀에서 논의가 시작됩니다. 계약서 검토 편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은 이유로 — 상대방 초안은 상대방의 이익을 위해 설계되기 때문입니다.

5.이미 조짐이 보인다면 — 국면의 구분

이 글은 예방의 글입니다. 상황이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면, 국면에 맞는 글이 따로 있습니다.

  • 아직 아무 일도 없다 → 이 글의 국면입니다. 기록을 모으고 기본거래계약서로 정비합니다.
  • 다툼의 조짐이 보인다 — 대금이 밀리기 시작했거나, 클레임이 심상치 않거나, 거래를 끝내야겠다는 판단이 섰다면 → 통지의 국면입니다. 무엇을 요구하고 어떤 순서로 통지할지는 계약 해지·해제 통지 편에서 다룹니다.
  • 이미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회수의 국면입니다. 계속적 거래의 입증과 소송 절차는 물품대금·용역대금 청구 편이 담당합니다. 특히 물품대금 채권은 3년의 단기 소멸시효(민법 제163조 제6호)가 적용되므로, 밀린 대금이 있다면 정비보다 회수가 먼저입니다.

국면을 구분하는 이유는 순서가 뒤집히면 손해이기 때문입니다. 분쟁 조짐이 보이는데 계약서 정비부터 꺼내면 서명도 못 받고 경계심만 세우고, 시효가 흐르는데 관계 회복을 기다리면 받을 돈이 사라집니다. 지금 내 상황이 어느 국면인지 애매하다면, 그 판단부터가 상담의 내용이 됩니다.

기한과 시점
물품대금 채권
소멸시효 3년 (민법 제163조 제6호) — 생산자·상인의 상품 대가
일부 용역 유형
1년의 더 짧은 시효가 적용되는 유형도 있습니다 (민법 제164조) — 유형 판단이 필요
클레임 통지 기한
법정 기한이 아니라 계약으로 정하는 것 — 정해 두지 않으면 늦은 클레임을 막을 규칙이 없습니다
거래 종료 예고
정해 둔 것이 없으면 예고 없는 중단에 대한 다툼의 근거가 약합니다
관행 거래에는 계약서가 없어도 법정 기한은 흐릅니다. 밀린 대금이 있다면 그 날짜부터 세어 보세요.

자주 묻는 질문

계약서를 쓰자고 하면 거래처가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요?
꺼내는 방식의 문제입니다. 특정 거래처만 지목해 요구하면 의심의 신호로 읽히지만, 전체 거래처 대상의 일괄 정비나 내부 관리·세무상의 필요를 명분으로 하면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기본거래계약서는 상대방에게도 단가와 지급 조건이 고정되는 이익이 있으므로, 일방적으로 불리한 요구가 아니라는 점을 함께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견적서와 발주서를 주고받고 있는데,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나요?
견적서·발주서는 개별 거래의 조건 — 품목, 수량, 금액 — 을 남기는 문서라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검수 기간, 클레임 처리, 지연이자, 거래 종료의 예고처럼 관계 전체에 걸리는 규칙은 담지 못합니다. 개별 문서와 기본계약은 층위가 다른 도구여서, 발주서를 잘 쓰고 있다면 기본계약 한 장을 얹는 것으로 정비가 완성됩니다.
오래전에 쓴 계약서가 있긴 한데, 지금 거래와 내용이 다릅니다.
있는데 낡은 계약서는 없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위험합니다. 다툼이 생기면 상대는 옛 계약서의 문구 중 자기에게 유리한 부분을 근거로 삼고, 실제 거래와 다른 조항이 그대로 적용되는지가 또 하나의 쟁점이 됩니다. 현재의 단가·조건·거래 방식에 맞게 개정하거나 새 기본계약으로 대체하고, 구 계약서와의 관계(대체한다는 조항)를 분명히 해 두는 것이 맞습니다.
단가 인상을 통보했는데 상대가 계속 종전 단가로 입금합니다.
인상의 근거 — 언제 어떤 방식으로 통보했고 상대가 어떻게 반응했는지 — 를 기록으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종전 단가 입금을 이의 없이 계속 받으면 인상 합의가 없었다는 정황으로 쌓일 수 있으므로, 차액에 대한 이의를 문서로 남겨 두어야 합니다. 이 상황은 이미 다툼의 국면에 들어선 것이므로, 통지의 설계와 함께 검토받으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밀린 대금이 이미 꽤 쌓여 있습니다. 계약서 정비부터 해야 하나요?
순서가 다릅니다. 밀린 대금에는 3년의 짧은 시효가 흐르고 있으므로 회수의 판단이 먼저이고, 정비는 그다음입니다. 회수를 진행하면서 거래를 이어갈 관계라면, 밀린 대금의 정리(변제 일정 합의)와 향후 거래의 기본계약을 한 테이블에서 함께 정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 다만 그 설계는 사안에 따라 달라지므로 상담의 영역입니다.
법률 정보 안내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법령은 수시로 개정되며, 구체적인 결론은 개별 사건의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인의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시면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정직하게 말씀드리는 법률 상담

법무법인 명은 모든 사건을 맡지는 않습니다. 승산 없는 소송은 권하지 않습니다. 기업 법무 문제로 고민 중이시라면, 지금 상황이 어느 단계인지와 절차의 실익부터 정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무소는 경기도 평택시에 있습니다.

작성 · 최철호 변호사 (법무법인 명,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법·민사법 전문변호사)
검토 · 2026년 7월 기준으로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법령·판례 변경 시 갱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