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으로

"피해자가 가만히 있었다"는 주장이 더 이상 무죄의 증거가 될 수 없는 이유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1. 핵심 요약 (Summary)

  • '항거곤란' 요건의 폐지: 피해자가 저항하기 힘들 정도의 폭행·협박이 없었더라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물리력) 행사만 있다면 강제추행죄가 성립합니다.
  • 보호법익의 변화: 법원은 이제 '정조'가 아닌 '성적 자기결정권'을 최우선으로 보호하며,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이나 적극적인 저항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 피의자 방어권 위축: "강한 저항이 없었다"는 사실관계보다 "상대방의 신체에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했는가"가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2. 사건의 재구성 (사실관계)

친척 관계인 피의자 A씨는 자신의 집에서 15세인 피해자 B양의 과제를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A씨는 B양에게 성적인 요구를 하며 왼손을 잡아 자신의 성기 쪽으로 끌어당겼습니다. B양이 거부하며 일어나 집에 가겠다고 하자, A씨는 "한 번만 안아달라"며 B양을 양팔로 끌어안고 침대로 쓰러뜨린 뒤 그 위로 올라탔습니다.

A씨는 B양의 옷 속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만졌고, B양이 "이러면 안 된다"며 팔을 풀어달라고 요구했음에도 방문을 나가려는 B양을 뒤따라가 다시 끌어안았습니다.

이에 대해 원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A씨의 행위가 B양에게 공포심을 주거나 저항을 아예 못 하게 할 정도의 강력한 폭행은 아니라고 본 것이죠. 하지만 대법원은 이 판단이 잘못되었다며 사건을 뒤집었습니다.


3. 이 사건의 핵심 쟁점 (Issues)

  • 피의자의 주장: "피해자가 소리를 지르거나 격렬하게 저항하지 않았고, 나 또한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할 만큼 강한 힘을 쓰지 않았으므로 강제추행이 아니다."
  • 법원의 고민: 강제추행죄 성립에 필요한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를 과거처럼 '피해자의 항거가 곤란할 정도'로 제한해서 해석해야 하는가?


4. 법원의 판단 및 법리 (Judgment & Reasoning)

대법원은 피의자의 기대를 완전히 꺾는 판결을 내놓았습니다.

  • 폭행의 개념 재정의: 강제추행죄의 폭행은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반드시 피해자가 저항을 못 할 정도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 피해자의 저항 여부는 무관: 피해자가 실제로 저항했는지, 저항에 실패했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물리력을 써서 추행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 사회적 인식의 반영: 과거의 '정조' 관념에 기초한 해석은 더 이상 타당하지 않으며,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보호법익에 충실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 결론: A씨가 B양을 끌어안고 침대에 쓰러뜨린 행위는 그 자체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이며, 피해자의 신체를 강제추행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5. 변호사의 시선 (Insight)

피의자분들이 가장 많이 착각하시는 부분이 "그렇게 세게 잡지 않았는데요?" 혹은 "피해자도 가만히 있었는데요?"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인해 ‘폭행의 강도’보다는 ‘의사에 반하는 물리력 행사’ 그 자체가 처처벌의 근거가 됩니다.

특히 친족 관계나 상하 관계 등에서 발생하는 신체 접촉은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반항하기 어려운 심리적 상태에 놓이기 쉬운데, 법원은 이러한 정황까지도 고려하여 폭행 여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본인은 가볍게 생각했던 행동이 법정에서는 무거운 실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법률 분쟁은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수사 단계에서부터 바뀐 법리에 맞춘 정밀한 대응이 필요하므로, 유사한 문제로 고민하고 계신다면 법무법인 명의 변호사들과 상의하여 최선의 해결책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6. 결론

과거의 승소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입니다. 변화된 판례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대응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