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 설비 하도급 해제 손해배상 — 발주처 파산으로 멈춘 공사, 지출비용 배상 구성으로 1억 7천만 원대 인용 판결
- 의뢰인
- 저장탱크 제작·설치를 하도급받았다가 대금을 받지 못한 채 공사가 멈춘 플랜트 설비 업체
- 사건 유형
- 하도급계약 해제에 따른 손해배상(지출비용 배상) 청구
- 쟁점
- 해제의 적법성 · 지출비용(신뢰이익) 배상의 범위 · 부족한 기록의 보완
- 결과
- 일부 승소 — 청구의 8할이 넘는 약 1억 7,100만 원 인용, 소송비용 10분의 9를 상대방이 부담
의뢰인은 공장 신설·이전 공사의 일부인 저장탱크 제작·설치를 하도급받은 플랜트 설비 업체입니다. 선급금 없이 의뢰인이 자기 비용으로 원자재를 사서 납품한 뒤 첫 기성금을 받는 계약이었는데, 철판을 대량 매입해 납품까지 마친 시점에 상대방이 발주처 사정을 이유로 공사를 보류시켰습니다. 기성금 청구에는 공사가 진행되지 않았으니 지급할 것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고, 그 사이 발주처는 파산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쓰일 일이 없어진 자재가 공장을 가득 채운 채 돈 문제와 보관 문제가 함께 쌓여 갔고, 작은 회사라 기록이 온전히 남아 있지 않은 점이 가장 큰 걱정이었습니다.
오래 멈춘 계약이라도 해제의 형식을 갖추지 못하면 오히려 역공의 빌미가 됩니다. 내용증명으로 기한을 정해 최고하고, 소장 부본의 송달로 해제의 의사표시를 하는 순서를 소송 전에 설계했습니다. 법원은 이 절차를 그대로 인정해 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판단했고, 발주처가 공사를 보류시킨 탓이라는 상대방의 면책 주장은 계약에 그런 면책 약정이 없다는 이유로 배척되었습니다.
이행이익을 다투는 대신, 계약이 이행되리라 믿고 지출한 비용의 배상을 구하는 구성을 택했습니다. 공장을 채우고 있던 잔존 자재는 어차피 쓰일 일이 없었으므로 먼저 매각하게 하고 그 회수액을 청구에서 스스로 공제했습니다. 보관 부담을 없애 회사 운영의 문제를 먼저 풀고, 손해액 산정의 신뢰도 얻는 선택이었습니다. 설계비는 감정을 통해 96대 장치의 도면 작성 기성으로 입증했습니다.
작은 회사가 흔히 그렇듯 기록에 공백이 있었고, 그 상당 부분을 상대방 쪽 자료로 메웠습니다. 다만 그 자료가 저절로 증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플랜트 공사의 설계 절차와 서류 체계를 아는 변호사가 봤기에, 상대방이 제출한 이메일 속 문서가 설계 기초 자료를 주고받은 사실의 증거임을 읽어내 역으로 활용했습니다. 상대방 스스로 발주처에 낸 기성 청구서와 파산채권 신고에 의뢰인 몫의 공사대금을 포함시킨 사실도 짚어냈고, 발주처 파산사건의 기록은 문서송부촉탁으로 확보해 증거로 썼습니다.
청구 약 2억 600만 원 가운데 약 1억 7,100만 원이 인용되었습니다. 일부 승소로, 자재구매비·장비비·설계비·보증증권 발급비가 모두 인정되었고 소송비용의 10분의 9를 상대방이 부담합니다. 기각된 부분은 대출 이자 상당의 손해(상대방의 예견가능성 부족)와 이 사건 공사에 쓰였다는 입증이 부족했던 일부 자재비입니다.
기각된 일부 자재비는 직원의 실수로 상대방에게 보낸 발주 내역에서 빠져 있던 항목에서 나왔습니다. 소송에서 인정받는 것은 지출한 사실이 아니라 지출을 증명하는 기록입니다. 이번에는 상대방의 증거와 발주처 파산기록이 공백을 메웠지만, 그런 우회로가 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발주·납품·청구를 상대방과 주고받은 문서로 남겨 두는 것이 회사의 규모와 무관하게 분쟁에서 가장 값싼 보험입니다.